공공공사 두 곳 중 한 곳은 적자 — 43.7% 손실 구조의 원인과 건설업계가 요구하는 것

공공공사를 수주해서 완공했는데 손해가 나는 경우가 거의 절반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사 1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준공된 공공공사 중 43.7%가 적자였다고 합니다.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43.7%라는 숫자가 말하는 것

건설 현장 두 곳 중 한 곳은 적자라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이익이 적은 게 아니라 투입한 비용보다 받는 돈이 적다는 뜻입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를 따낼수록 오히려 재무 상태가 나빠지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특히 이 수치가 민간공사가 아닌 공공공사 영역에서 나왔다는 점이 더 심각합니다. 공공공사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법적 절차를 거쳐 발주되는 사업인데, 그 사업 절반이 시공사에게 손실을 안기고 있다는 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공사 기간이 적정하게 산정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64.1%에 달했습니다. 공기 부족으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거나 추가 인원·장비를 투입해야 했던 공사도 전체의 22%였습니다. 공사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사 기간 설정에서도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겁니다.

💡 이 조사는 150개 건설사 설문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 업계 전체를 정확히 대표하는 수치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와 관계없이 상당수 건설사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라는 점에서,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적자의 두 가지 뿌리 — 낮은 계약금액과 오르는 공사비

적자 시공의 원인으로 업계가 가장 많이 꼽은 건 두 가지입니다. 입찰 단계에서의 공사비 과소 책정, 그리고 시공 단계에서 계약금액이 조정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공공공사는 발주기관이 예정가격을 산정하고 입찰 경쟁을 통해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발주기관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공사비를 삭감하거나, 몇 년 전 단가를 그대로 적용해 예정가격을 낮게 산정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겁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수주 경쟁 때문에 낮은 금액이라도 계약을 따낼 수밖에 없고, 막상 공사를 시작하면 현실 비용과 계약금액 사이에 큰 괴리가 생깁니다.
여기에 2020년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공사 원가 자체가 크게 올랐습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5년 9월 기준 131.7로, 기준 시점 대비 30% 이상 오른 상태입니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계의 원가 부담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공사비가 오르는 동안 계약금액은 그대로라면, 그 차이는 고스란히 시공사의 손실이 됩니다.

왜 계약금액은 조정되지 않는가

공공공사는 공사 중 물가 상승이나 설계 변경이 발생하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른바 물가 변동 조항이나 설계 변경 조항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조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발주기관이 계약금액 증액 요청에 소극적이거나, 절차가 복잡해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거나, 장기계속공사의 경우 연차별 계약 구조 때문에 변동 비용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물가가 오르고 공사가 길어질수록 시공사의 부담은 커지지만, 계약금액은 제자리에 머무르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 대한건설협회는 장기계속공사의 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지급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정부·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문제가 부동산 시장과 맞닿는 지점

공공공사 적자 문제는 건설업계 내부의 이슈처럼 보이지만, 결국 주택 공급과 인프라 품질에 직결됩니다. 건설사들이 적자를 우려해 공공 입찰을 기피하거나 출혈 수주를 줄이면, 공공 발주 사업의 시공사를 구하기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공공주택 공급 사업이 유찰되거나 시공사 선정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저하 우려입니다.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시공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재 사양을 낮추거나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려 합니다. 이는 결국 완공된 건물의 품질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공시설이나 공공주택의 품질이 저하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정부가 2026년 SOC 예산을 21조 원으로 편성해 침체된 건설 경기를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단순한 재정 투입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옵니다. 공사비 책정 방식과 계약 조정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 세금으로 짓는 공사, 손해 보며 짓는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다

공공공사의 적자 문제는 단순히 건설사의 수익성 문제가 아닙니다. 공공 인프라와 주택의 공급 안정성, 시공 품질, 나아가 건설 산업 자체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돼 있습니다. 두 곳 중 한 곳이 손해를 보며 공사하는 구조는 어느 방향으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해법은 단순합니다. 현실에 맞는 공사비를 처음부터 반영하고, 시공 중 원가 변동이 발생하면 계약금액이 제때 조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입니다. 국가계약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지금, 이 문제가 건설업계만의 요구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 품질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과제라는 인식이 더 넓게 퍼져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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